요즘 저출산에 관심이 많아졌다. 휴학으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니 이제서야 주위를 좀 살피게 되었는데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초저출산이었다.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또 생각보다 엄청 빠르게 진행된다. 내가 가장 활발히 경제활동을 할 때 인구변화로 인한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본 내용이 충격적이었는데, 출산율이 예를 들어 0.6이라고 하면 이 수치는 여성을 대상으로 산출된 것이기 때문에 매우 단순한 산수로는 100명이 한 세대를 거치면 60명이 아닌 30명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정말 절벽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인구가 뚝뚝 삭제되는 것이다. (이런 초저출산 시대에 의대 증원이 정말로 답일까? 정말로?)
또 한국의 저출생(리뷰하는 책 저자의 예시를 따라 중립적 표현을 적용해 본다.)은 특별한 부분이 있다. 일단 비교할 나라가 없는 엄청난 수치(2023년 4분기 출산율 0.65)가 그렇고, 너무나도 빨리 선진국의 반열에 합류한 역사가 그렇다. 또 여느 선진국보다도 지방의 경쟁력이 약한 나라다. 또 이렇게 젊은 층의 남녀갈등이 심한 나라가 있을까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서는 상상도 못 할 미래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처음엔 유튜브를 많이 보다가 영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다 정제되고 자세한 내용을 찾고자 도서관을 찾았다. 생각보다 인구학과 관련된 도서가 많지는 않았다. 그나마 내가 찾고 있는 정보에 가장 부합하는 제목의 책을 집어들었다.
인구감소, 부의 대전환(인구경제학이 찾아낸 미래 비즈니스 모델 총정리), 전영수 지음, 21세기 북스
(사족)
*나는 전문적으로 서평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글도 그냥 흥미 본위로 쓰는 것이기에 오로지 나 자신의 기록 목적으로 책을 리뷰하는 것임을 밝힌다. 이렇게 글로 남겨 두어야 어떤 책을 읽었는지, 뭘 얻었는지를 기억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기억의 외부화 작업이다. 이 또한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책의 요약
아무튼 책으로 돌아가서. 책은 크게 1부, 2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인구감소는 왜 기회인가>에서는 주로 저출생에 관한 통계를 살펴보고 왜 인구구조의 변화에 반드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여러 번에 걸쳐 주장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의 '인구병'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며 젊은 세대가 노년층을 지탱하는 세대부조가 붕괴될 것임을 이야기한다.
<2부, 축소시장의 진짜 고객들>에서는 1970년대생에 집중한다. 1970년대생은 약 900만명의, 연간 90만 정도의 출생 집단으로 엄청난 구매 파워를 가지고 있다. 또 이들이 형성할 시장은 기존의 중장년층과는 다르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전통적인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소비 관행을 벗어나 스스로 잘살고자 적극적인 본인 취향의 실현 구매(110p)"를 하는 새로운 어른이다.
저자는 1970년대생을 특별히 강조하면서도 1700만 명의 베이비 부머들을 '요즘 어른'으로 정의하며 예전의 노년과는 다른, 자기 자신을 위해 소비하고 또 그럴 능력이 있는 새로운 중장년층이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새 시장은 이들을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며 거기에 무수한 기회와 모멘텀이 있다.
한편 2부의 <2장, 돈 되는 축소시장의 집토끼> 파트에서는 집토끼론과 산토끼론을 이야기한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설득하는 푸시(push) 형 마케팅으로 산토끼를 끌어오는 인구 확장기 고객 확보 방식은 곧 끝날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며 잡을 산토끼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제는 이미 토끼집에 들어온 '집토끼'가 떠나지 않고 평생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3부, 도태될 것인가, 도약할 것인가>에서는 인구 감소보다는 '초고령화'에 집중해야 함을 역설한다. 초고령화, 노년 증가가 만들어낼 새로운 비즈니스에서 가치를 창출해야 하며 이를 위기라기보다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년 연장의 필요성과 방향 역시 제시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이 가야 할 길이 롤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최초의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너무나 빨리 성장했기에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선진국의 인구병마저 가장 빠르게 얻어버린 한국은 '베낄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그나마 가장 가까운 사례겠지만 한국과 일본은 역량도 사회구조도 수도와 지방간의 관계도 많이 다르다. 또 한편으로 저자는 일본의 사례를 어느 정도는 실패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참고하되, 한국만의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주관적 리뷰
전반적으로 인구구조의 대격변을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는, 긍정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어떠한 의식적인 결심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맞는 말이다. 코로나 때만 해도 가장 힘든 위기에 기회가 있었듯이, 닥쳐올 전례 없는 변화에서 누군가는 엄청난 기회를 포착할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책을 읽었다. 아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다.
책의 키워드는 "1970년대생", "뉴 노멀", "새로운 노년의 정의", "구매력있는 노년층"였던 것 같다. 그들이야말로 초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의 주력이 될 것이다. 많은 매체들이 저출생에만 집중하고 있었기에 ‘고령화’에 더 집중하는 저자의 시선이 흥미롭다. 일리가 있다. 당장 내가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게 될 5년 후부터만 해도, 아니 지금 당장만 하더라도 중장년층의 양적 파워가 새로 태어날 저출생 세대, 그리고 현재의 청년 세대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자의 메시지의 유효성과 그에 대한 수용과는 별개로, 그 이후의 미래까지 살아가야 할 MZ세대에 속한 청년으로써 시선의 중심을 '고령화'로 옮기는 것에 우려를 느낀다. 저출생의 해결을 포기하는 일은 정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저자는 저출생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느정도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인정하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를 이야기하자는 논조에 가깝다.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결국 저출생 그 자체에 대한 해결을 제시하지 못한 부분은 다소 야속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 부분부터는 우리 세대의 과제이기에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하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앞으로 선거에서의 투표권은 노년층의 파워가 압도적으로 클 것이다. 더더욱 저출생이라는 투입 예산대비 효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 매우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문제보다는 당장 표를 얻을 수 있는 포퓰리즘적 정책이 더 많은 표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는 근시안적인 해결책은 결코 대한민국을 뉴노멀 시대에 살아남을 새로운 체제로 이끌 수 없다. 몰락의 길이다. 어쩌면 저자도 ‘요즘 어른’소속이기에 그 다음 시대의 대한민국까지는 고려하지 않으려고 했을 지 모르겠다. 너무 복잡한 문제니까.
그러니 그 다음은 우리 청년 세대의 몫이 될까. 심각한 남녀갈등과 비교 경쟁, 이제는 차라리 체념에 빠진 청년 세대가 나라를 버리는 길만을 택하지 않고 이 나라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을까. 아니면 나 역시 빠르게 이민 물결에 탑승해야 할까. 주위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비관론만 가득하다. 나 역시도 어떻게든 이 나라에서 살아남고 싶지만 이 생각 자체가 나이브한 것은 아닐지 걱정하게 된다.
저자는 책에서 저출생의 원인을 '일반론'과 '한국의 특수론'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한국의 특수론은 모두 짐작하듯 지나친 경쟁주의, 고학벌 대기업만을 좆는 인생 모델, 너무 비대해진 결혼 관문, 비교 문화, 성별 갈등 같은 것들이다. 사람들은 더이상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다. 찾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은 손해이고 아이를 낳는 것은 빈곤해지는 길이다. 나는 반박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려스럽다. 그렇다면 대체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아직은 답을 찾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해외 이민, 즉 침몰이 예정된 대한민국에서 기회가 있을 때 탈출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이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국이 좋기 때문에 어떻게든 여기서 행복을 찾아보고 싶다. 저자가 말하듯 이 전대미문의 위기에 정말 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지금은 겸손하면서도 기민한 자세로 세상의 변화를 파악하고 따라가며, 나아가서는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책 한권을 더 빌려왔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에 대한 책이다. 의욕이 생긴다면 이 책도 다 읽고 리뷰를 써 볼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부디 의미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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